종합광고대행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그로스 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양소현 마케터를 만나보았습니다. 마케팅이 왜 확장인지, 그로스 마케터가 되기 위해서는 왜 이유가 명확해야 하는지 인터뷰 내용에서 확인해보세요.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스윗밸런스라는 브랜드에서 그로스 마케터라는 직무로 일하고 있는 양소현입니다.
첫 커리어를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학부 때 광고홍보학을 전공했어요. 광고홍보학도라면 보통 광고대행사 쪽으로 커리어를 많이 잡는 편이고 저 또한 선배들이 그렇게 취업하는 걸 많이 봐서 그 길을 밟을 생각으로 공부를 했고요. TV광고를 제작하는 종합광고대행사(이하 종대사)에도 관심이 많아서 종대사 인턴으로 첫 회사경험을 했습니다.
종대사에서 인턴경험을 쌓으셨으면 나름 첫 발걸음이 순탄했네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입사해서 일해보니 대기업 특유의 구조도 저랑 잘 맞지 않고 무엇보다 광고 자체에 회의감을 많이 가지게 되었어요.
학교에서 공부할때는 기획이 좋았는데 종대사에서 하는 일은 캠페인 운영에 가까운 일들이었고 당시에는 ATL(Above The Line)매체 위주로 광고가 집행되다보니 광고에 대한 뚜렷한 결과를 알 수 없는 게 답답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종대사에서 일하며 ‘내가 여기서 하는 것들을 일로 삼을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때부터 내가 직접 전략도 세우고 모든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디지털 마케팅 쪽으로 관심을 많이 틀게 되었던 것 같아요.
전통적인 광고회사에서 열심히 만든 광고가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볼 수 없는 것에 회의감을 느꼈다면 당시 뜨고 있었던 디지털 분야의 퍼포먼스 마케팅, 그로스 마케팅을 통해서는 어느 정도 마케팅의 본질까지 건드려볼 수 있겠다는 부분에 매력을 느껴서 이걸 일로 삼아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 이후에 바로 디지털 마케팅을 하게 되신건가요?
맞아요. 종대사를 나오고 퍼포먼스, 그로스 이런 단어에 꽂힌 상태로 취준을 하면서 당시에 유명한 회사들에 지원했는데 사실 잘 안됐어요. ‘아, 내가 직무경험이 좀 더 필요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6개월 정도 계약직으로 짧게 일할 사람을 뽑는 작은 스타트업에 그로스 마케터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보통은 그래도 정규직으로, 좀 규모 있는 회사에 입사를 희망하잖아요.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사실 뭐 뼈를 묻겠다. 이런 생각은 없었고 잠깐 맛보기로 해보자. 이런 생각으로 입사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직무를 맛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진짜 본인에게 필요한 경험이 있다면 그곳이 어떤 곳이든 지원해서 경험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그렇죠. 아무래도 해보는 건 또 다르니까.
그쵸. 나한테 이 일이 잘 맞겠다. 아니다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도 될 수 있고요. 그리고 저는 그 회사를 경험하면서 내가 이 직무를 제대로 경험하고 잘 하려면 차라리 대행사에 가는 게 맞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충분한 업력이 쌓여서 체계가 잡힌 인하우스에 입사할게 아니라면 실무 중심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대행사에서 탄탄하게 업무를 배우고 나중에 인하우스로 넘어가야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오피노 마케팅이라는 대행사로 이직했습니다.
대행사로 이직하셔서 원하는 걸 찾으셨나요?
저는 찾았다고 봐요. 저에겐 디지털 마케팅 분야를 단기간에 깊게 공부할 수 있는 경험이 필요했고 대부분의 대행사는 연차가 낮은 구성원에게도 프로젝트를 담당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잖아요? 오피노 마케팅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성향마다 차이는 조금 있겠지만 저는 책임이 주어지고 제가 프로젝트를 컨트롤할 수 있는 환경이 잘 맞아서 대행사에서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시 인하우스로 이직하게 된 계기도 궁금해지네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처음부터 대행사를 가려고 했던 목적이 대행업 자체에 관심이 있어서는 아니었거든요. 현실적으로 신입부터 규모와 체계가 있는 인하우스를 가기도 어렵고 내가 이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되려면 대행사에서 직무를 더 파보려고 했던 건데 오피노 마케팅에서 이 목적을 달성해서 다시 인하우스에 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오피노 마케팅을 다니면서 대행 자체의 재미를 느낀 부분도 분명 있었고 이직을 결심할 당시 지금 시점에 인하우스로 가는 게 적합한지에 대한 고민도 했었어요. 그래도 결론적으로는 대행사에서도 2년 정도 경험을 쌓았으니 이제 인하우스에서 내가 얼만큼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자는 마음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대행사와 인하우스를 모두 경험하셨는데 마케터로서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요약해서 표현하면 인하우스 마케터는 숲을 잘 가꿔야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숲을 구성하는 나무를 잘 키우는 게 대행사 마케터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해보자면 인하우스 마케터는 팀에서 내 역할을 다 했을 때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 목표가 달성되는가의 관점에서 숲을 꾸려야 하는 것 같고요, 대행사 마케터는 이 숲이 잘 꾸려지는데 내가 어떤 도움을 드리면 될지를 고민한다는 점에서 단계적인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대행사에서 나무를 키우는 일도 의미 있다고 느꼈고 재미도 있었어요. 반면 지금은 인하우스 마케터로서 비즈니스 임팩트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도 잠깐 언급하셨지만 마케터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신 계기를 더 자세히 들어보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광고 자체의 허상을 많이 느낀 것이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광고라는 것이 제품이나 브랜드를 돋보이게 하고 결국 매출까지 이어지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대행사에서 일을 하다 보니 당장 제작하는 이 캠페인, 이 광고 하나를 돋보이게 만들기 위한 일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목적과 수단이 주객전도가 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광고를 위해 광고를 만드는?
그렇죠. 그리고 대행사의 위치에서 일하다 보니까 결국은 고객사가 원하는 메시지. 크리에이티브. 캠페인을 구체화만 해주는 느낌이 계속 드는 거죠. 무엇보다 위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광고와 캠페인이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매출을 얼마나 올렸는지 하는 뚜렷한 결과를 대행사에서 보기 어렵다는 요인이 결국 제품 자체에 접근할 수 있고 수치적 결과까지 알 수 있는 마케터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이제 스윗밸러스에 대해서도 한 번 소개해주세요.
스윗밸런스는 사실 샐러드 브랜드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샐러드뿐 아니라 비건 빵이나 도시락 등 건강을 지향하는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식품 브랜드예요. 건강해지는 즐거움을 파는 브랜드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샐러드만 파는 게 아니었군요?
저는 심지어 이 회사에서 두 가지 브랜드를 담당하고 있어요. 방금 말씀드린 스윗밸런스, 그리고 8월 말에 런칭하는 식단 구독 앱 서비스인 밸런스위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밸런스위크에 대해서도 조금 더 설명해주시겠어요?
밸런스위크는 취향 기반으로 식단을 구독할 수 있는 앱 플랫폼이에요. 스윗밸런스의 제품들은 물론이고 바르닭, 다노 등 건강식으로 유명한 제품 230여 개가 입점 예고되어 있고요. 기본적으로 고객들이 밸런스위크에 있는 제품으로 꾸준히 식단을 이어나가면 누구나 건강한 삶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서비스의 비전입니다.
그로스 마케터로서 하고 계신 업무는 무엇일까요.
밸런스위크를 담당하게 되면서는 직무의 어원에 가까운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진짜 우리 서비스가 어떻게 하면 성장(Growth)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이유와 결과를 찾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은 PMF(Product Market Fit)를 찾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기존에 식단 구독이라는 개념은 스윗밸런스에서도 검증을 했었습니다. 샐러드 기반으로 2주, 4주, 6주 단위로 고객들에게 정기 배송을 해주는 구독 서비스였어요. 여기서 더 확장해서 샐러드 외의 제품을 가지고도 시장에서 승부를 볼 수 있을지 확인하는 것, 그리고 구독 자체에 대한 편리함을 제공해보려는 도전이 바로 밸런스위크라고 할 수 있어요. 이것에 대한 입증은 앱이 런칭된 후에 확인이 가능한 일이어서 지금은 어떤 단계로 검증할지 가설을 세우고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밸런스위크에는 MD가 짜둔 추천식단이 있고 고객이 직접 골라 담아서 식단을 구성할 수 있는 기능도 있어요. 내부에서는 밸런스위크의 가치를 제대로 느껴보려면 고객들이 골라 담기를 통해 식단을 경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면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고객들의 행동에 대한 트레킹이 필요하고 그 행동을 왜 했을까에 대한 가설도 필요한거죠. 그래서 저는 이런 각각의 이벤트를 정의하는 일, 특정 고객 행동에 대한 원인을 분석해 보는 일, 그리고 필요하다면 정성적으로 인터뷰나 서베이 등을 활용하는 일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다양한 업무를 하고 계시군요.
밸런스위크가 런칭을 하고 나면 업무가 더 확장될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한편으로 ‘위에 나열한 업무들을 해야만 그로스 마케터냐?’라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런 일들이 포함될 수 있는 거지 꼭 이걸 해야만 그로스 마케터라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그럼 그로스 마케터란 무엇일까요.
초반에도 언급된 것처럼 우리 서비스의 성장에 대한 원인과 결과를 찾아내는 사람인 것 같아요.
지금 하시는 업무를 하려면 어떤 역량이나 성향이 필요할까요?
이유가 명확해야 할 것 같아요.
이유가 명확하다.
본인의 사고와 의견의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는 의미예요. 이 직무를 얘기할 때 데이터라는 단어를 빼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데이터를 해석하고 인사이트를 뽑을 때는 결국 이유가 중요하거든요. 왜 이 데이터가 나왔는지, 왜 이 데이터를 뽑았는지, 왜 이 데이터를 써야 하는지 모든 것에 대한 이유가 명확해야 되는데 저는 이게 성향이랑 좀 닿아 있는 것 같아요.
듣고 보니 충분히 설득이 되네요.
저와 같이 일하는 분 중에 한 분이 궁금한 것이 엄청 많으세요. 이 태도는 너무 좋고 성장 가능성도 크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현업에서 일하다보면 리소스가 항상 부족하거든요. 그래서 이게 왜 궁금한지 얘기를 많이 나눠요. 지금 해야 하는 일은 이것인데 그 이유는 이것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게 왜 궁금한지 한 뎁스 더 들어가보면 명확해지는 것이 있거든요.
저도 일하다가 어느 순간 ‘잠깐,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 때 다시 한번 이유를 생각해요. 이것 때문에 이게 필요했었지. 그러면 딱 여기까지만 보자 이런식으로요.
성향에 대한 굉장히 좋은 예시인 것 같아요. 스킬적으로 필요한 것도 있을까요?
대학생 때 광고 스터디 활동을 많이 했는데요. 가장 도움이 되었던 포맷은 역기획이었어요. 어떤 브랜드에서 이런 광고를 왜 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서 이런 화자가 얘기를 하고 있으니까 이 브랜드의 타겟은 이 사람들인 것 같아. 그런데 이 사람들 상황이 이러니까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나봐. 라는 식으로 기획의 단계를 역으로 생각해보는거죠. 이게 정답을 찾는 것이라기보다는 마케팅적, 기획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같아요.
앞으로 밟고 싶은 커리어나 목표에 대한 것도 궁금합니다.
최종적으로 생각하면 창업인 것 같긴 해요. 이건 제가 광고쟁이에서 마케터로 전환을 결심했던 이유랑도 맞닿아 있는데요. 결국 저는 광고나 브랜드 위에 제품이 있다고 생각해서 내가 내 제품을 만들고 광고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어요. 최종 목표는 그렇고 그 사이 단계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최종 목표까지 가는데 그로스 마케터라는 직무가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한 것 같아요. 이 직무는 제품이나 브랜드 임팩트를 가져와야 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직무여서 우리 브랜드의 성장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기 때문에 창업으로 가는 길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품 쪽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PO 같은 직무도 고민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요즘 마케터나 다른 직무에서도 PO로 직무전환이 많은 것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직무전환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물론 PO라는 직무가 제품에 더 가깝게 일하는 직무여서 기회가 있다면 해보고 싶다는 정도의 생각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창업이라는 목표에 있어서 마케팅이라는 일은 꽤 괜찮고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케터로서 소현님의 강점을 하나만 꼽아주신다면요?
공감을 잘한다는 점인 것 같아요. 일을 하다 보면 회사의 입장에서 일을 진행하기 쉽거든요. 마케터는 철저히 고객을 봐야 되는 일이고, 고객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그럼 나는 고객에게 뭐라고 얘기해야 할지 같은 것들을 고민해야 하는데 고객의 입장에서 공감해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인 것 같습니다.
마케팅에 대한 정의도 한 번 부탁드립니다.
마케팅은 ‘확장’이라고 생각해요. 마케팅 업무를 하다보면 했던 일을 반복하게 되는 일이 많은데요. 그런 업무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국한되지 않고 끊임없이 스스로의 생각을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고객군에 대한 이해도 확장할 수 있어야 하고요. 이미지로 표현한다면 물 웅덩이에 돌을 던졌을 때 그 파장이 퍼져 나가는 그런 느낌일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마케터 취준생들에게도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 일이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는 걸 꼭 알았으면 좋겠어요. 긍정적인 의미에서요. 사실 마케터는 시작단계에서 굉장히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진 않거든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공감할 줄 알고, 궁금해할 줄 알고, 이유를 찾을 줄 아는 사소한 포인트들이 있다면 누구나 시작해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현실적으로 취업시장이 어려운 건 잘 알지만 본인에게 이런 성향들이 있고 이 직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포기하지 않고 계속 문을 두드려 봤으면 좋겠어요. 특히나 마케터는 추후에 다른 일을 할 기회도 많아서 일로서 시작하기 좋은 직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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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밸런스나 인터뷰 내용 중 양소현 마케터님께 궁금하신 사항은 아래 메일이나 SNS를 통해 물어보세요! 📩
이메일: ashlynyangso@gmail.com
인스타: @ashlynyangso
양소현님 같이 멋진 마케터들과 커뮤니티에서 얘기를 나눠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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